Worldwide K-Beauty Platform SILIC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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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이제 수입 화장품 중 한국산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올해 들어 미국에서도 상반기부터는 점유율 1위가 한국 화장품이 됐다.
그야말로 K뷰티 전성시대다. 예전에는 중국 수출 특수가 주(主)였다면 코로나19 이후 양상이 180도 달라졌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고객이 K뷰티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전선을 넓힌 덕에 매출 성장세도 가파르다. 특히 인디 브랜드, 즉 작지만 강한 브랜드가 아모레·LG생건 등 종전 ‘빅2’ 대기업의 전략과는 다른 방식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며 주목받는다. 이 중 인디 브랜드 하나만 성공해도 모자랄 판에 여러 메가 브랜드(매출 1000억원 이상)를 M&A를 통해 확보, 순식간에 대기업을 넘보는 회사가 있다.
구다이글로벌이다. 주력 브랜드 ‘조선미녀’는 첫선을 보인 지 3년여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매출 3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영업이익률도 30%대에 달하면서 현금 여력이 넉넉해졌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1년 새 티르티르, 라카코스메틱 등 가능성 있는 K뷰티 회사를 잇따라 인수했다. 여기에 더해 하반기에는 올해 매출 3500억원, 영업이익 800억원대 실적이 예상되는 크레이버코퍼레이션 인수도 거의 마무리 단계다. ‘스킨천사’ 브랜드로 유명한 크레이버를 한 식구로 맞아들이면 올해 전체 매출이 1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레 나온다.
중국서 고전하다 ‘조선미녀’로 반등
창업자는 천주혁 대표(37).
중국 수출 붐이 일던 2015년, 중국에서 화장품 유통을 하겠다며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인근에서 창업했다. 숭실대 중어중문학과 출신 천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중국어에 능통했고 중국 경제 동향에 밝았다. 대학생 때부터 꾸준히 중국을 오가며 관련 시장을 익히다 K뷰티 붐이 일자 한국 화장품을 중국에 적극 소개하며 사세를 키웠다.
한동안 회사는 순항했다. 그러다 한한령(중국 정부의 한류 금지령) 사태가 터지면서 위기가 왔다. 이 와중에 우연히 거래처 브랜드 중 ‘조선미녀’가 매물로 나왔다. ‘조선미녀’를 사들여 중국 외 다른 나라에서 도전해보자고 생각했다. 이때가 2020년이다.
막상 본격적인 브랜드 사업을 해보려고 했는데 악재는 또 들이닥쳤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시작한 것. 외부 활동이 제약당하면서 당연히 화장품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이제 K뷰티는 끝났다’는 말까지 돌았다. 이때 오랜 기간 유통 바닥에서 인연을 다졌던 실리콘투가 미국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바로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를 만났다.
김성운 대표는 “미국 시장 진출을 막 시작하던 시점인데 ‘조선미녀’가 K뷰티 브랜드의 개성을 잘 살렸고 쌀을 모티브로 한 화장품 이미지도 좋았다. 선블록은 물론 기초 화장품 소비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던 미국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겠다 싶어 의기투합하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해준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미국 소셜미디어(SNS)가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천 대표는 현지 SNS에 현지인 사용 후기와 영상을 적극 노출시키는 전략을 구사했고 이를 통해 ‘조선미녀’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마침 당시 미국 SNS에는 코로나19 외에도 햇빛 알레르기, 피부암 위험성을 경고하는 각종 건강 관련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었다.
“이때다” 하며 한국 한방 재료를 활용한 기초 화장품(리바이브 아이 세럼), 선블록(맑은쌀 선크림) 제품을 적극 부각시키자 순식간에 현지 고객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때 구매를 쉽게 유도하기 위해 아마존 등 현지 e커머스를 적극 활용하고 실리콘투를 통해 물류를 해결하는 영리한 전략을 썼다. 브랜드로서는 후발 주자지만 오프라인보다 온라인·모바일 유통 채널을 적극 활용한 결과 조선미녀는 빠르게 미국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2020년만 해도 1억원에 불과했던 조선미녀 매출액이 이듬해 30억원, 2022년에는 400억원, 지난해 14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M&A 시장에 눈을 돌린 건 특정 국가 치중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한 차례 중국 일변도 수출 전략을 쓰다 쓴맛을 본 적이 있는 천 대표다. 그는 해외 다양한 지역에서 선전하는 브랜드를 확보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마침 영업이익이 매년 수백억원씩 쌓이면서 현금 여력도 생겼다. 이때 눈에 들어온 브랜드가 티르티르다. 티르티르는 인플루언서 이유빈 대표가 2017년 창업한 브랜드.
특히 이 브랜드는 일본 시장 개척 선봉장으로 유명했다. 구다이글로벌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장을 하나 더 확보하는 셈. 하지만 두 회사 간 실제 시너지 효과가 날지는 반신반의했다. 그래서 지난해 사모펀드 더함파트너스가 티르티르 보유 지분 49.98%를 인수할 때 LP(출자자)로 참여하면서 궁합(?)을 봤다. 생각했던 것보다 일본 유통 채널이 굳건했고 제품력이나 콘텐츠도 탄탄했다. 구다이글로벌은 티르티르와 협상 끝에 올해 4월 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크레이버 인수전에 뛰어든 이유는 스킨천사 브랜드 성장세도 있지만 해외 유통 인력이 매력적이어서라는 후문이다. 크레이버 역시 원래는 K뷰티 해외 유통 전문회사였다 이후 브랜드를 인수, 집중 육성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시작한 회사다. 천 대표는 크레이버 보유 브랜드 외에도 미국, 일본 외 유럽, 동남아 진출을 꾀할 수 있는 전문 인재가 있다는 점을 높게 샀다고 전해진다.
브랜드·유통·콘텐츠 확장 계속
천 대표는 어떻게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전격적으로 몇 건의 대형 M&A를 성사시킬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 K뷰티 시장 전망이 한동안 계속 밝을 것이라는 확신이 한몫했다. 예전 중국 특수 시절과 달리 지금은 해외 시장이 무궁무진한 데다 해외에서 먼저 진출해달라고 손을 내미는 분위기다. 그동안 강세를 보여온 미국 시장 노하우는 유지하면서 제2의 조선미녀를 투입해 육성시키고 유럽, 일본, 동남아 등 그 밖의 시장에서는 종전 전략과 또 달리 접근해 글로벌 회사로 등극하겠다는 것이 천 대표가 그리는 그림이다.
김성운 대표는 “온라인 시장에서 아마존 일변도인 미국 시장은 최근 경쟁이 격화되고 있지만 유럽, 남미 등은 현지 오프라인 매장·온라인 플랫폼 등의 위세가 강해 개척 여지가 많다”며 “구다이글로벌이 인지도 높은 브랜드를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는 만큼 타 국가 진출 가능성은 그만큼 높다”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구다이글로벌은 M&A 전략을 계속 펼칠 수 있을까.
IB(투자금융)업계에서는 ‘그렇다’고 본다. ‘잦은 인수로 실탄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인식이 있지만 인수한 회사마다 영업이익률이 10% 이상씩 되다 보니 자금 조달과 현금흐름에 무리가 없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더불어 미래 먹거리 대비를 위해 브랜드 외에 콘텐츠와 유통 채널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다. 최근 올리브영, 코스트코 등의 뷰티·헬스 벤더(입점대행)사로 유명한 에스엘라이프에 전략적 투자를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더불어 내부 인력 양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천 대표는 젊은 CEO답게 ‘제2의 천주혁’ 양성 프로젝트도 병행하고 있다. 사내벤처 제도가 그것. 아이디어가 있는 직원에게 과감히 투자, 신사업을 맡기는 개념이다. 2022년 사내벤처 1호 회사로 출범한 포포리너(대표 김기성)가 대표적인 예. 무인 편의점 대상 맞춤형 과자 납품 회사로 시작했는데 MZ세대 타깃, SNS 유행 상품, 소용량, 저렴한 가격대 상품 등의 차별화 소싱 전략으로 폐쇄몰 오픈 1년 6개월 만에 올해 매출액 90억원을 내다볼 정도로 급성장했다.